대륙학교 19기 다섯 번째 수업은 박구용 교수의 강의 「사회정치적 극우화, 그 발원지를 찾아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강의는 ‘극우화’를 단순히 정치적 스펙트럼의 이동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정치적 질서 자체, 즉 ‘판’이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철학적 개념화에서 시작해 세계사·국가·민족의 형성, 파시즘과 극우 정치의 구조를 역사적으로 짚고, 금융자본주의와 기술 권력, 교육과 청소년 문제까지 논의를 확장했습니다. 특히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판을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강의 전체를 관통했습니다.
강의 한눈에 보기
· 극우화는 단순한 우측 이동이 아니라 정치적 질서 자체의 재편 · 철학은 세계를 개념으로 포착하고 현실을 다시 이해하는 작업 · 세계사·국가·민족은 자연적 실체가 아니라 역사적으로 구성된 담론 · 파시즘은 비정상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자연적 조건 위에서 반복되는 현상 · 근대 교육과 국민 개념은 배제와 동원의 장치로 형성 · 좌파의 위기는 분열보다 사람들을 끌어당길 상상력의 상실에서 비롯 · 청소년과 교육 문제는 정치·문명 구조와 깊이 연결된 문제
1부
철학과 개념: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01 · 철학의 역할
철학은 '개념화'의 작업이다
철학은 새로운 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포착되지 않았던 현상을 개념으로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어떤 개념으로 세계를 보느냐에 따라 현실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며, ‘극우화’ 역시도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오늘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연결됩니다.
02 · 세계사라는 개념이 구성되는 방식
'세계사의 극우화'는 가능한 말인가
‘세계사가 극우화된다’는 표현은 세계사를 하나의 주체처럼 여긴다는 점에서 다소 성립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보입니다. 강의에서는 세계사가 단순한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담론 체계이며, 누구의 시선으로 구성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03 · 이념적인 개념들
세계사, 민족, 국가: 만들어진 개념들
세계사·국가·민족은 자연적으로 주어진 실체가 아니라 근대에 형성된 개념으로 제시되었습니다. 특히 민족과 국민은 근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사람들을 동원하는 정치적 장치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04 · 학문의 구성과 배제의 구조가 함께 있는 교육 체계
'국학'과 배제의 구조
국어·국사·국민윤리 같은 교육 체계에는 특정 집단을 중심에 놓는 경계와 배제의 구조가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비해 인문학은 특정 국가가 아니라 인간 자체를 중심에 두는 학문으로 제시되었습니다.
2부
극우화와 파시즘: 판이 바뀌는 과정
05 · 극우화라는 현상에 대한 이해
극우화는 '이동'이 아니라 '재편'이다
극우화를 정치적 스펙트럼에서 개인들이 단순히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으로 본다는 일반적인 관점을 넘어, 정치적 판 자체가 재편되는 과정으로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을 바꾸는가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가라는 질문입니다.
06 · 사회를 변화시키는 방법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판이 바뀐다
강의에서는 사람을 바꾸려는 시도가 결국 폭력이나 돈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개인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 조건과 구조를 바꾸는 것, 즉 ‘판을 새로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07 · 파시즘의 발생 구조
파시즘은 왜 반복되는가
파시즘은 비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현상으로 설명되었습니다. 질서와 권위를 선호하는 욕망이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권위주의와 파시즘은 항상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지닌다는 것입니다.
08 · 극우 정치가 힘을 얻는 방법
낭만주의와 극우의 결합
극우 정치가 힘을 얻는 배경에는 과거를 이상화하는 감정과 공동체에 대한 향수, 잃어버린 질서에 대한 갈망이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이 집단적으로 작동하면 정치적으로 쉽게 동원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09 · 극우화의 핵심적인 위험
파시즘은 어떻게 집권하는가
역사적으로 파시즘은 스스로 과반의 지지를 얻기보다 기존 보수 세력이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해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권력을 키웠습니다. 따라서 극우화의 위험은 극단 세력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려는 기존 권력의 선택에 있다고 짚었습니다.
3부
현대 세계: 극우화의 조건
10 · 극우 정치를 형성하는 경제 구조적 배경
금융자본주의와 적의 구성
산업 자본주의에서 밀려난 집단의 불만이 커질 때 정치 세력은 이들을 동원하기 위해 ‘적’을 설정합니다. 역사적으로 반유대주의가 그러한 방식으로 나타났으며, 오늘날에도 유사한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11 · 변화되는 전쟁의 방식
기술 권력과 새로운 전쟁
현대 사회에서는 빅테크 기업, 군사 기술,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기존 국가 권력과 결합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권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권력의 등장은 전쟁의 방식 자체까지 변화시키는 조건으로 제시되었습니다.
12 · 극우 정치에서 우선되는 것
인권과 주권의 충돌
인권과 주권의 충돌은 둘 중 하나를 단순히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누가 주도권을 갖는가의 문제로 설명되었습니다. 극우 정치에서는 보편적 인권보다 특정 집단의 주권이 우선되면서 배제와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4부
교육, 청소년, 그리고 사회
13 · 청소년들이 잃어버린 것
세월호 이후: 사라진 여행
강의에서는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여행’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이동의 기회가 줄었다는 의미를 넘어, 청소년이 직접 경험하고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사라졌다는 문제의식입니다.
14 · 청소년에게 필요한 공간
'제3의 장소'의 필요
청소년에게는 학교와 가정이 아닌 또 하나의 공간, 즉 ‘제3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유로운 경험과 사회적 관계 형성, 정치적·문화적 성장이 가능한 공간의 부재가 오늘날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었습니다.
15 · 좌파의 위기에 대한 대안책
좌파의 위기: 상상력의 상
강의의 마지막은 좌파의 위기를 분열보다 상상력의 상실이라는 문제로 바라보았습니다. 사람들을 끌어당길 이야기와 미래의 비전, 문화적 영향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라고 제시했습니다.
5강이 남긴 질문
사람이 아니라 ‘판’을 바꾼다면, 우리는 무엇을 다시 구성해야 할까
이번 강의는 극우화를 하나의 정치 현상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전체의 문제로 다시 바라보게 했습니다. 사람을 바꾸려는 시도가 반복해서 실패해왔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누군가를 설득하는 데 머무르기보다 우리가 서 있는 조건과 구조, 즉 ‘판’을 다시 구성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힘은 현실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질서를 상상하는 능력이라는 질문을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