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교수는 이날 오후 7시부터 2시간여에 걸쳐 '왜 북방정책인가? 무변대해의 공간, 유라시아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하며 현재 우리나라에 적극적인 북방정책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 강의하는 성원용 인천대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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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성원용 교수는 "과거 대한민국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북방정책(1970년대 이후부터 추진해 온 공산권 국가에 대한 대한민국의 외교 정책. 사회주의 국가 및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외교 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고, 사회주의 국가와의 경제 협력을 통한 경제 이익의 증진과 남북한 교류 및 협력 관계의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이 있었다"며 "지금 역시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환경에 맞서기 위해서는 우리의 지평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방정책으로 국가 간 연대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방정책인 긴장과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남북긴장을 줄이고 협력으로 가자는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 북한에 압박을 가해 항복선언을 받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정책은 북방정책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북한을 배제하고서는, 대륙으로 가는 길은 찾을 수 없다"며 "북한을 통해 대륙으로 가는 철도를 잇는 사업이 매우 중요하다. 많은 난국이 있고 하루 이틀 사이에 되지는 않겠지만, 인내심을 지니고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며 러시아와 대리전 양상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구도"라고 규정하며 "한미동맹에 결박되어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지금 북방과 함께 뭔가를 모색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러나 서방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러시아 제재에 나서지 않고 관망세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만 적극적으로 나서 러시아와 각을 세우는 것이 정당하고 옳은 일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지금 우크라이나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만 그것을 모르는 것 같다"고 주장하며 한국을 비판했다.
"러-우 전쟁으로 국제정세 뒤바뀔 수 있어... 한-러 기술 협력 강화도 고려해야"
또 "전쟁은 오랜 기간 지속되고, 결국 러시아에 유리한 방식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며 "서방이 러시아 제재를 이어가도 러시아는 끄떡없다. 오히려 지금 서방이 굉장히 어려워졌고, 프랑스는 아예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싸움에서 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최강대국으로 우뚝 선 것과 같은 결정적 계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며 러-우 전쟁으로 국제정세가 뒤바뀔 수도 있음을 언급했다.
성 교수는 "시대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는 주변국들, 그리고 동북아시아밖에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의 활동 반경을 유라시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절대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미일 동맹 하부로 들어가선 안 된다"며 "글로벌 외환보유고 중 달러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대신 위안화가 늘어나고 있는데, 달러패권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전략에 매몰되어 엄청난 성장 잠재력을 가진 유라시아, 중앙아시아를 놓쳐선 안 된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국면은 오히려 우리 입장에서 한-러 협력을 강화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양국 간 기술 협력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주장했다. 또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국을 일컫는 말) 동맹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들을 배척해선 안 된다. 함께 협력하며 유라시아에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