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남과 북의 여자축구가 다시 만났습니다. 20일 준결승에서는 수원FC 위민과 북측 내고향여자축구단이 맞붙었고, 23일 결승에서는 내고향여자축구단과 일본의 도쿄 베르디 베레자가 우승을 두고 경기를 펼쳤습니다. 희망래일은 두 경기를 현장에서 응원하며, 승부의 결과 너머로 스포츠가 열어준 교류의 가능성을 바라보았습니다.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현장 기록 준결승 2026.05.20 · 수원FC 위민 vs 내고향여자축구단 결승 2026.05.23 · 내고향여자축구단 vs 도쿄 베르디 베레자 장소 수원종합운동장
1부 · 2026.05.20
빗속에서 다시 만난 남과 북의 축구
01 · 경기 시작 전
폭우 속에서 울린 응원, '수원'과 '내고향'
경기 시작 전부터 수원종합운동장 주변에는 실향민 풍물패의 북소리가 울렸습니다. 거센 비 속에서도 관중석에서는 '수원'과 '내고향'을 부르는 응원이 번갈아 이어졌습니다. 남쪽의 홈팀과 북쪽의 방문팀이 맞붙은 경기였지만, 같은 경기장에서 남과 북의 이름이 함께 불렸다는 사실이 '한겨레'라는 특별한 마음으로 남았습니다.
02 · 준결승
빗속의 역전승, 끝까지 달린 두 팀
수원FC 위민이 선제골로 먼저 앞서갔지만, 내고향여자축구단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만들며 경기를 뒤집었습니다. 수원FC 위민에게도 다시 기회가 찾아왔지만 경기는 결국 내고향의 2대1 승리로 끝났습니다. 빗물에 미끄러지는 그라운드에서도 두 팀은 끝까지 달렸고, 내고향은 결승 진출을 확정했습니다.
03 · 승부 너머
같은 그라운드에 선 사람들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고, 누구도 가볍게 뛰지 않았던 경기가 끝났습니다. 종료 뒤에는 양측 선수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짧은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승부의 결과를 넘어서 서로를 적으로만 보지 않고, 한 경기의 상대로, 같은 그라운드에 선 사람으로 인정하는 시간이었습니다.
04 · ‘내고향’이라는 이름
따뜻하지만 아픈 이름이 불린 시
내 고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따뜻한 말입니다. 그러나 갈 수 없는 곳의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내고향’이라는 이름으로 경기장에 들어왔을 때, 그 말은 조금 아픕니다. 그래도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서로의 경기를 보고, 함께 박수 쳤습니다. 이날의 경기는 스포츠가 닫힌 관계 속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다시 부르게 하는 작은 통로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2부 · 2026.05.23
수원의 하늘 아래, 아시아 정상에 선 내고향
05 · 결승전 우승
조별리그의 패배를 뒤집은 한 골
결승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내고향에 4대0 승리를 거뒀던 도쿄 베르디 베레자였습니다. 그러나 결승에서는 전반 종료 직전 김경영이 골을 기록했고, 내고향은 그 한 골을 끝까지 지켜냈습니다. 경기는 1대0으로 마무리되었고, 내고향은 수원에서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올랐습니다.
06 · 지키는 힘
단 한 골의 무게를 함께 견디다
후반전에는 도쿄 베르디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내고향은 수비를 유지하며 한 골의 리드를 지켰습니다. 준결승에서 역전의 힘을 보여주었다면 결승에서는 흔들릴 때마다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며 버티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07 · 아시아 정상
기록 이상의 의미있는 시간
내고향은 북측 여자축구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의미는 기록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북측 선수들이 남쪽 경기장에 방문하고, 남쪽 관중의 일부는 그들의 경기를 직접 바라보고 응원했으며, 일본 팀과의 결승에서는 함께 숨을 죽였던 시간이 그 기록과 함께 남았습니다.
08 · 다시 만나는 일
완성된 화해가 아닌, 다시 시작할 가능성
입국부터 기자회견까지 분위기가 온화하지만은 않았고, 오랜 분단의 시간이 남긴 거리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 번의 경기로 오래 닫힌 관계가 곧장 이어질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오가고, 만나고,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경험이 쌓이는 일은 관계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장을 마치며
스포츠가 잠시 열어준 문
스포츠가 한 번에 남북관계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5월의 수원에서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같은 경기장을 바라보고, 같은 규칙 안에서 뛰는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준결승의 빗속 공동응원에서 결승의 우승 순간까지, 두 번의 경기는 ‘다시 만나는 일’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