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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무] 분단의 장벽, 철조망을 걷어내는 것이 순환 사회다

관리자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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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대륙학교 1기 이승무 소장님의 글입니다]

 

분단의 장벽, 철조망을 걷어내는 것이 순환 사회다

이승무/ 순환경제연구소 소장

모든 금속은 폭력을 의미한다. 사람과 모든 생물체의 피와 몸속에도 금속 성분이 함유되어 있지만, 인간의 문명이 땅을 파고 바위를 깨뜨리고 광석을 캐내고, 고열을 가하여 금속을 추출해 내고, 거푸집에서 철제품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는 산업이라고 부르는 굉장한 폭력적 활동이다. 그 금속이 우리 생활 곳곳에 배치되어 현대 문명의 필수적 역할을 한다.

국가가 백성을 통치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 역시 금속으로 만든다. 무기, 감옥의 쇠창살, 군대와 국경선의 철조망 같은 것들이다. 물론 현대문명을 대표하는 자동차와 항공기, 철도 등의 교통수단이 거대한 금속으로 된 체계다. 금속이 생명계의 순환에 폭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사실이다. 다음은 미국 뉴멕시코의 샌프란시스코 강의 생태에 대한 어느 작가의 글인데, 이 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그 수계의 피해에 대한 조사에서 우리는 유발되어 온 파편화를 잊어서는 안 된다. 사유재산권과 철조망 울타리 때문에 에너지의 흐름, 물질대사 동식물의 이주가 심각하게 손상받아 왔다. 수계 위의 철조망은 가지뿔영양이 실질적으로 이주하는 것을 막는다. 가지뿔영양이 사는 지방에서 목자들은 완전히 죽여 없애지 못한 몇 안 되는 남은 가지뿔영양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사적으로 방목을 하는 공공토지에서조차) 울타리의 바닥에 따라서도 추가로 철조망을 친다. (가지뿔영양은 사슴처럼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고 철조망 밑으로 가려고 시도한다.) 엘크도 더 이상 저지의 평지로 오지 못하고 정상적이라면 하게 될 이주를 못하도록 막히어서 높은 산간지대에 숨어서 일생을 보낸다. 이런 위축의 부차적 효과는 동물들이 한때 했던 것처럼 넓은 지대를 이주하지 못하므로 씨앗을 퍼뜨리는 에너지 나눔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소들도 마찬가지다)

이 땅의 분단 체제 역시 쇠붙이들로 유지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비무장지대의 녹슨 철조망이 지금과 같은 우주 무기시대에 무슨 소용이 있길래 수십 년의 세월 그 넓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생태계의 뭇 생명들의 이동과 에너지의 순환을 막고 있는지? 그냥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생명체들에게 위협이 되고 폭력이 된다. 만약에 자동차들이 수명이 다 했을 때, 정식으로 폐차 절차를 거쳐 폐차장으로 가지 않고 길거리에 방치된다면, 그 역시 일정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사람들이 길을 가는 데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자원순환은 대부분이 공장에서 엄청난 열에너지를 가하여 가공된 재료들을 대상으로 하고, 그중에서 금속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산업적으로 생산된 나머지 재료들, 플라스틱, 유리 같은 것들은 금속의 아류들이다. 그것들이 주는 권력이나 폭력성에서 금속만 못하지만 군인들이 써야 하는 쇠 모자 밑, 플라스틱 모자처럼 금속의 하위에서 인간 사회를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원순환 하는 사람들이 할 일은? 공연히 자리만 차지하고 녹슬고 퇴화해 가는 것을 걷어다가 쓸모 있는 일에 쓰이게 해 주는 것, 그래서 생명체들이 움직일 공간과 자유를 만들어 주는 것, 그래서 살아 있는 것들과 물질들이 순환하는 살아 있는 땅을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재일조선인 단체에서 온 어느 분이 20006.15 공동선언 후에 해외동포로서 고국에 도움을 주고자 단체를 만들어 남과 북에 각각 680만 엔씩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 돈은 철길을 2km 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한다. 비무장지대 남과 북 각각 2km씩 철도 한 길을 놓는 데 들어가는 철의 값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에 널려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내어 녹여서 철도를 놓는다면, 수거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재일교포들이 그런 돈을 들일 필요 없이 얼마든지 남과 북을 연결하는 곳곳에 철길을 놓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철도 자체도 생태계의 관점에서는 철조망이나 다름 없는 장벽이고 생명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철도를 놓는 공간에 비해 철조망을 걷어낸 면적이 훨씬 넓을 것이고 그만큼 생태계의 순환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남한 지역은 그동안 섬이나 다름없는, 섬만도 못한 불리한 국토환경을 외세와 분단에 의해 강요받아 왔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사람도 엄연히 생태계에 속하는 동물의 한 종류인데, 철조망에 의해 가족 간에 생이별을 하게 되고 만나고 싶어도 만나지 못하는 처지는 인간이 만든 장벽에 의해 피해를 보는 다른 동물들의 처지나 다를 바가 없다.

원래 존재했던 교류의 장으로서 사람과 다른 생물 그리고 물질이 그래서 문화와 역사, 이야기가 순환하는 거대한 대륙에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절실한 생각이다.

땅은 좁고 자원은 없고 인구는 많아서 자원순환 사회를 만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우리에게 강요되어 왔다. 러시아의 광활한 길을 하염없이 달려보면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과 그에 따라 우리가 해야 했던 생각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강요된 것임에 생각이 미쳐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기후변화로 인류에게 손을 쓸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식은 좁고 갇혀진 땅에서 생활하면서 우리가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래서 자원순환에도 열을 내었고 이 모두는 소중하다.

그러나 이제는 자원순환이 거대한 생명과 물질의 순환의 하위 체계에 들어가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경제적 산업적 자원순환은 이 나라에서 더는 발전을 보여주지 못한다. 산업 생태계가, 국가 관료 체계가 무능하다면 무능한 것이고 영악하다면 영악한 것이겠지만, 자원순환 시스템과 산업을 적당히 통제, 이용하면서 무시해 왔다.

이 땅의 자원순환, 물질순환이 더 진행이 안 되는 것은 분단의 체제에 의존하여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녹슨 철조망만 아니라 국민을 통제와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좁은 시각의 경제관료들 그밖의 왜곡된 금융과 산업구조 덕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원순환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 굴레를 벗어나서 생각을 확장해야 한다. 쓸데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계속 질문해야 할 것 같다. 땅을 죽은 땅으로 묶어 두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들은 무척 많아 보인다. 그런 상태를 유지해 주는 것이 기득권이라면, 먼저 목록 조사라도 제대로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William Kötke, The Final Empire: The Collapse of Civilization and the Seed of the Future.

 

http://www.rfse.or.kr/board/community_05/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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