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소통의 장 > 나누는 글

[박일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 5

관리자 2016.10.10
  297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 5

박일환

가고 있어요 기다려 달라고는
차마 말씀드릴 수 없지만
가고 있잖아요, 알고 있나요?

상관없어요
당신이 기다려서 가는 게 아닌 걸요
그러니 눈썹 찡그리지 마세요
당신의 고운 얼굴
나로 인해 작은 그늘이라도 드리운다면
내 마음 내 심장
아, 찢어낼 부분이라도 남아 있을까요?

차라리
내 가슴에 실금이 그어진다면
철커덩 철컥
쇠바퀴 소리를 벗 삼아
나를 던져 끝내
당신 앞에 무릎 꿇을 수 있어요

다만 내 가슴의 실금이
당신에게 가 닿을지 못할까봐
나 지금 나에게 기대고 있어요
나마저 나를 버리면 영영 당신에게 가 닿지 못할까봐

[박일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 6
[박일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다 4